저는 삼목을 항상 주머니에 넣어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자주 활용하는 편입니다.
참석하기에 애매한 모임이 있거나, 만나기에 애매한 사람이 있을 경우 삼목에 물어봅니다. 여러가지 해야 할 일이 겹치면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데 삼목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애매한 물건을 구입할지 말지 고민스러울 때도 삼목의 도움을 받곤 합니다.
항상 가까이 있고, 자주 대화(?)를 나눠야 서로 잘 알게 될 것 같아서 사소한 것도 삼목에게 물어보고, 가능하면 삼목의 결정에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몇 달전 서울에 출장을 갔을 때 일입니다. 돌아오는 기차표를 저녁 6시쯤에 끊어놨는데, 일을 하다보니 기차 시간이 빠듯해졌습니다. 급히 택시를 타고는 기사분에게 “6시 기차인데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요?”하고 물었습니다. 기사분께서 저를 힐끔 한번 보시더니, “이제 퇴근시간이 시작되서 좀 애매하네요, 힘들 것 같은데...”하며 뒷말을 흐렸습니다.
기차를 놓치게 되면 다음 차라도 타야되기 때문에, 택시 안에서 휴대폰 앱으로 표를 반납하고 다른 기차표를 끊어야 하는데... 표를 반납해야 할지 그냥 가야할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삼목에 물었습니다. 기차를 탈 수 있다 1번. 못 탄다, 표를 반납해야 한다 2번....결과는 ‘1번. 탈 수 있다’였습니다.
그런데 도로 상황이 점점 나빠졌습니다. 차가 더 막히고 괜히 교통신호에도 더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서 ‘표를 반납할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삼목을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기차를 놓지게 되면 표를 반납할 때 비용을 더 내야되고, 새로 표를 끊어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일단 삼목이 한 결정을 존중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도로는 차가 꼼짝을 못할 정도로 막히고...이제는 포기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차창 밖은 신경을 끄고 휴대폰만 열심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6시 3분 전쯤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택시 기사분이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저보고 “뛰어!” 라고 외쳤습니다. 제가 영문을 몰라서 눈을 둥그렇게 뜨자, 파란불이 들어와 있는 횡단보도를 가리키며 “빨리 뛰어요, 빨리!”하며 재촉했습니다.
알고 보니, 택시가 제가 평소에 다니던 서울역 광장 방면이 아니라 뒤편 출입구 쪽으로 돌아서 왔는데,횡단보도에 파란 불이 켜지는 것을 보고는 그 앞에 택시를 세우고 무조건 뛰라고 말씀하신 것이었습니다.
엉겁결에 택시비를 던지다시피 건네주고는 서울역 계단을 뛰어올라갔는데, 이미 6시가 다 되어가는 시점이라 기차 시간을 맞추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포기했을텐데...왠지 한번 달려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플랫폼으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6시를 살짝 넘겼는데도 기차가 출발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계단을 달려내려오면서도 ‘제발 조금만 참아라 조금만’하는 심정으로 끝까지 뛰었는데, 제가 기차에 오르자마자 객차 문을 닫혔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제 얼굴에 엷은 미소가 그려졌습니다. ‘그럼 그렇지...역시 삼목이야! 땡큐!’
아마 그 기차를 놓쳤다면 한참 동안 자리가 비는 다음 기차를 기다려야 했을겁니다. 삼목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꼭 사고 싶은데 가격이나 품질 등의 문제로 망설여질 때가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일단 한번 질러보고 아니면 반품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요즘은 왠만하면 삼목의 결정에 따릅니다.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번은 꼭 마음에 드는 자켓이 있었는데, 가격대가 좀 쎄더군요. 무리해서 사려고 했는데, 삼목이 ‘보류하라는 3번의 답’을 줘서 고민 끝에 포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달쯤 뒤에 우연히 그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같은 제품을 제고처리한다며 반값으로 팔고 있더군요. 또 한번 고함쳤습니다. ‘역시 삼목이야!’. 반값에 사서 지금도 잘 입고 있습니다.
늘 함께하고 서로 믿고 존중해주는 것이 삼목이 우리에게 더 좋은 결과를 알려주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