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주요인사 추천사 및 체험사례

제목

지승스님 - 생활한역 출간에 부치는 글 (3)

단기 4346년 6월 5일


그 때 우리는 10박 11일의 계획 아래 삼황오제의 자취를 더듬어 산동성과 산서성 그리고 섬서성을 지나면 호남성과 하남성을 지나 하북성에서 일정을 마치기로 되어 있었다. 

첫날 우리가 도착한 곳은 섬서성이었고 여행 이틀째 되는 날이 6월 5일 이었다.

 

헌원의 묘소는 측백나무가 많다. 

그것이 어떤것은 3천 년 된 것이 있다했고, 어떤 것은 후한의 광무제가 갑옷을 걸었던 나무라 하여 사람들의 주변 시선을 끌어 모으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 과장하기 좋아하는 서토인들이 내뱉는 실없는 소리지, 광무제라면 아직 북경지역도 제대로 간수 못해서 그냥 변두리로 두던 때다.


우리 역사에 비상하게 말이 많은 한사군이 바로 광무제 때의 사단이다. 

지금의 북경 난하欒河 언저리가 바로 한사군을 두었던 땅이다. 

그런데 섬서성 자오산子午山이 어디라고 거기까지 와서 제 갑옷을 걸었다는 말인가. 각설하고 정광호 선생이 하늘의 해를 향해 무슨 이적을 행한다고 주변이 수런수런 해서 하늘에 해를 올려다보니, 해 주변에 선명하게 무지개 색의 햇무리가 떠 있었다. 

점차로 둥글게 뚜렷하게 떠 오른 햇무리가 하늘 복판에 분명하게 보이던 것이다. 

그때는 비가 올 것처럼 날씨가 꾸무룩했고, 언제 장마비가 한 줄기 쏟아질지도 모르는 좀 위태위태한 상황이어서, 나는 선생의 이적이 신통해 보이기는 하면서도, 그거야 선생의 신통력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어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번 째로 펼치는 이적은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황제헌원의 묘소가 있는 뒷켠에서 선생이 무슨 행사준비를 한다면서 나를 찾는다는 전갈을 듣고 능묘 뒤전에 있는 측백나무 숲을 찾았을 때였다. 

선생은 땅에다가 대개 한 변의 길이가 45cm 가량의 삼각형을 긋더니, 하늘의 해가 땅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올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하늘의 해가 빙글빙글 돌면서 땅으로 내려온다? 

나는 아까 보았던 그런 것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그러나 차제에 정광호 선생의 이적이 무엇인지를 나름 확인하자 싶었다. 

마침 해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들의 정수리 위로 힘찬 햇살이 퍼졌고 그 여파는 머리위에 키 큰 소나무와 측백나무 숲을 환히 비추었다. 

선생은 ‘해의 자외선을 차단해서 우리의 눈이 이상이 없도록 하라’ 하고 해를 향해 명령했다. 

이 엄숙한 한마디에 과연 해가 시그러운 눈물을 거두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사람이 해를 이렇게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얼른 믿기지가 않았다.


선생은 해를 향해 빙글빙글 손가락을 돌리는 것이 내 눈에도 보였다. 

마치 장난하듯 해를 빙글빙글 돌린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순간의 감동을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얼크러진 측백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햇덩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앉는 것이 당장에 느껴지던 것이다. 

이 순간에 내가 본 것은 어디까지나 착시일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내가 보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느껴졌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머릿속에 서는 분명 착시가 틀림없다고 여기면서도, 마음한켠에서는 그러나 내가 보는 이 상황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고 엄중하게 묻는 자성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있었다. 

복잡한 심정의 실타래가 엉기는 중에 이번에는 갑자기 구름 띠가 한 자락이 나타나서 점점 커지는데, 해는 그 구름을 중심으로 힘차게 멈칫멈칫 하강하는 것이아닌가. 

나는 도시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이 어중뜬 상황에서, 그러나 한눈을 팔지 않겠다는 굳은 일념으로 이 상황을 지키고 있었다.


하강하던 구름이 다시 제 위치로 돌아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에 나타나서 점차로 부풀던 구름의 뭉텅이도 제 할 일을 다 한 듯 흩어지고, 이번에는 허공 가득이 금빛분이 내려앉는다는 주변의 소리에 나는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긴 시간을 눈 한번 깜박거리지 않고 햇덩이를 바라다본 나는 그 금빛분이 자욱하게 내려앉았다는 숲을 볼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숲속에 가득한 금빛분을 보는 듯도 싶고, 어찌 보면 아닌 듯도 했던 것이 당시의 내 시력의 한계였다. 

금빛분이 내려앉았던 시간은 십 분을 상회하고 있었다. 

그러자 내 눈도 시력을 회복하여 비로소 온 숲에 묻어 난 금빛분을 바라 볼 수가 있게 되었다. 

그날 저녁 호텔에 돌아온 나는 오늘 그 현상을 무비카메라에 담았던 지풍을 시켜 그 필름을 반복해 돌려보도록 부탁했다. 

그러자 낮에 못 보았던 금빛분이 비로소 온 숲에 가득히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무 관세음보살.

 

 

2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5-04-03

조회수7,547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정재민

| 2015-06-11

추천하기0반대하기0댓글등록

단기 4346년 6월 5일 알지 못했던 역사를 읽습니다.

정인규

| 2016-04-24

추천하기0반대하기0댓글등록

민족문화의 뿌리를 찾아 애써오신 30년!! 학회장님과의 필연.
지승 스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빛 안에서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스팸방지코드 :